학준이가 오늘 아침에 만든 전단지입니다.
주몽이를 잃어 버렸어요.
어제 탄천 페스티벌 마지막 날 행사인 <불꽃 놀이>를 보려고
주몽이를 데리고 갔던게 큰 잘못이었어요.
<4월...울 집에 온 녀석 아직 애기티가 납니다.>
마치 복선처럼....탄천 따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디카가 고장이 나고
주몽이는 만나는 개마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얼마나 짖어대던지요.
율동 공원 호수 가까이 가니 불꽃 놀이를 구경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주차장에는 더 이상 차를 댈 자리도 없을 만큼 차들로 가득 차 있었지요.
미리 온 사람들은 돗자리를 펴고 여유롭게 옹기종기 앉아 있었는데...
몇 몇 사람들이 "이런 곳에 개를 왜 데리고 와?"하면서 핀잔을 줄 때
왠지 예감이 좋질 않았어요.
게다가 어쩌다 개가 보이면 얼마나 시끄럽게 짖어대던지
정말 주몽이를 데리고 간 것을 후회하게 되었지요.
일단 사람들에게서 피해 제가 비탈 쪽으로 주몽이를 데리고 내려가 있었어요.
목 마를 것 같아 물을 주고 있는데 갑자기 불꽃 놀이가 시작된 거예요.
<5월의 주몽이...학은이를 정말 좋아해요>
얼마나 그 소리가 컸던지 저도 깜짝 놀랐죠.
주몽이가 놀라서 마구 짖길래 제가 꽈악 붙들고 있었는데
다른 개들이 놀라서 짖어대자 갑자기 뛰쳐 나갔어요.
개줄을 놓치지 않으려고 꽉 잡고 있었는데 연달아 폭죽이 터지니 너무 너무 놀란 주몽이는
심하게 발버둥을 치더니 불과 몇 초 사이에 제가 어찌 해볼 겨를도 없이
개줄만 남겨두고 공원 대주차장을 가로 질러 뛰어가기 시작했어요.
저는 치마를 입고 갔었는데 염치고 체면이고 아무 소용 없었죠.
죽을 힘으로 주몽이를 부르며 쫓아 갔는데 결국.......놓치고 말았어요.
귀가 터질 듯이 큰 폭죽 소리에 너무 놀란 주몽이는
그 자리를 얼른 벗어나고 싶었나 봐요.
혹시 차에 치일까봐 조마조마하며 찾아 다니다가
주차 요원에게서 주몽이 봤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주차장 끝 부분까지 아무리 찾아도 주몽이를 볼 수가 없었어요.
시간이 너무 늦어 민이, 은이는 집으로 보내고
기어이 남겠다는 쭈니와 함께 그 너른 곳을 몇 번이나 헤매 다녔어요.
그러다가 관리 사무소에 갔더니 그 곳에 계신 아저씨께
주몽이가 공원 앞 왕복 8차선쯤 되는 차로를 건너
장안타운 쪽으로 갔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혹시 교통 사고라도 나지 않았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 안심은 했어요.
<6월 썩소 주몽이>
쭈니랑 율동 공원 건너 장안타운 쪽으로 가서 어두워진 거리를 한참을 찾아 다니다가
혹시 우리가 최근에 자주 갔던 중앙 공원으로 가지 않았을까 싶어
그 곳으로 �으러 갔다가 진전이 없어 집으로 돌아가려고 맘 먹으니
그 때가 밤 12시가 넘었었지요.
불꽃 놀이는 커녕 주몽이를 잃어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 심정이란....
한참을 걷다가 울음이 왈칵 쏟아져 울고, 다시 수습하고...
그래도 학준이에게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애 많이 썼지요.
불안,초조,공포에 떨고 있을 가엾은 주몽이 생각을 하니 너무나 괴롭더라구요.
집으로 들어가니 학은이는 펑펑 울고 학준이는 애써 아닌척 했지만 책 보면서 훌쩍이고,
학민이는 소파에서 돌아누워 꿈쩍도 않으며 속으로 울고 있었어요.
저도 주몽이가 사용하던 샴푸, 기저귀, 밥그릇 등을 보니
눈물이 주체하기 힘들게 쏟아져 도저히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어요.
옥씨가 전단지를 만들어 날이 밝으면 돌리고 붙이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그러자고 했지요.
그래도 미련이 남아 한 시가 넘어서 옥씨와 함께 장안 타운 쪽을 차를 타고 쭈욱 돌아봤어요.
역시 주몽이의 흔적은 아무 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지요.
<7월...털 깎이고 우울했던 주몽이>
저와 학준이는 어젯 밤에 우연하게도 주몽이를 찾는 꿈을 꾸었어요.
새벽같이 그 곳에 가보려 했는데 피곤해서 7시 쯤에 일어나 버렸고
이러 저러한 집안 일도 해야 했고 자료도 찾아보아야 했었죠.
애들도 피곤했는지 느즈막히 일어나 그래도 밥은 먹었어요.
그러고 나니 11시가 다 됐었어요.
주몽이를 만나면 줄 밥과 물을 각각 챙겨서 가방을 메고 모두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지요.
학민이랑 학은이는 중앙 공원으로 가서 주몽이가 갈 만한 곳으로 갔고
학준이와 저는 학준이가 만든 전단지를 복사해서 어제 잃어버린 장소와 그 근처에 가서 붙이고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물어보기로 했구요.
그곳에서 다시 만난 학민이와 호수를 한바퀴 돌며 율동 공원 관리사무실에도 들르고
혹시 주몽이가 있을까 싶어 호수 주변을 찾아 다녔더니
땡볕에 너무 힘이 들고 다리도 아파 기진맥진했지요.
엊저녁에 네 시간 가까이 걸은데다가 호수 주변은 자전거를 탈 수도 없어 또 걸어야 했으니까요.
배 고파하는 애들을 일단 집에 보내고 힘을 내서 장안 타운 쪽 건영 아파트로 갔어요.
전단지를 벽에 붙이는 것도 사람들에게 돌리는 것도 못하고 한참을 내려오다가
빌라와 아파트 경비실 몇 군데 나눠주고 탄천을 따라 가서 중앙 공원 둘러 본 다음 집으로 일단 갔어요.
너무 지쳐서 도무지 힘이 안났어요.
주몽이에게 참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어요.
<8월....망중한 중인 주몽이>
한 시간 쯤 쉬고 나니 주몽이가 자꾸 눈에 밟혀 그냥 있으면 안되겠어서 힘 불끈 냈어요.
전단지를 파출소, 동물 병원 몇 군데 갖다 주고 문 닫은 곳은 문 아래로 밀어넣으면서 장안타운 쪽으로 다시 갔지요.
가게마다 빠짐없이 돌리다가 어느 횟집 주인 아저씨에게서 주몽이가 어젯밤 9시가 지나
폭죽 소리에 �기듯이 그곳을 지나 위로 갔다는 소식을 전해듣는 놀라운 일이 생겼어요.
어쩌면 주몽이를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그 때 했어요.
한참을 올라가며 정말 열심히 온 마음을 다해 돌리다 보니 <요한 성당>이 보이는 거예요.
보이는 헌 옷 수거함마다 버스 정류장, 소공원에 다 붙였죠.
그러던 중 큰 슈퍼가 보여서 주인 아저씨께 사연을 얘기하고
앞 유리에다 붙일 수 있겠는지를 여쭤 봤더니 된다고 해서 열심히 붙이고 있었는데
어떤 여자 아이가 "저, 이 강아지 봤어요."라고 큰 소리로 얘기하는 거예요.
너무 깜짝 놀라 물어봤더니 사진이랑 똑같이 생긴 강아지를 봤다고 하지 모예요?
그 아이가 사는 빌라의 분리 수거함 있는 곳에서
엊 저녁부터 지금까지 계속 있었다구요.
기대도 않던 놀라운 일이 생긴 거지요.
마음을 다독이면서 그 애를 쫓아서 열심히 뛰어갔지요.
너무나 낯익고 그리운 얼굴 하나가 설핏 보였어요.
주몽이는 얌전히 그 안에 앉아 있었는데
제가 "주몽아~~"하고 부르니 너무나 좋아하며 제 품안으로 달려들었어요.
그 때의 감동이란.....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랍니다.
그 곳에 사는 분들은 누가 버린줄 알았답니다.
아무 소리도 않고 정말 조용하게 그곳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는 주몽이가 너무 예뻤어요.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사고라도 났으면 큰 일 날뻔 했지요.
주몽이가 짖기도 하니까 신기하다고 경비 아저씨가 그러셨지요.
장안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그 여자 아이가 너무나 고마웠어요.
주몽이가 아무 것도 먹지 않으니까 걱정이 되어
주몽이에게 주려고 우유 사러 슈퍼에 갔다가 전단지를 보게 된 거였으니까요.
집에 있던 준민은이 마중을 나와서 주몽이와 감격적인 상봉을 했고,
걱정해주신 분들께도 전화를 드려 주몽이의 생환을 모두 함께 기뻐했어요.
어제 저녁 사고가 발생한지 딱 22시간 만에 주몽이를 찾았어요.
여간해서는 찾기 힘들다던데(인터넷 유기견이나 잃어버린 개 사이트에 등록도 했구요.)
우리 가족이나 주몽이가 복이 많은가 봅니다.
집에 돌아와 깨끗이 씻겨 주고 먹을 것도 주니 힘이 나는지
다시 또 말썽꾸러기 주몽이로 되돌아 가네요.
에공.........저 녀석을 어째야 쓸까요?
이승환의 텅빈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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